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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정착회고록

#5.귀농귀촌교육

귀농을 선택했다면, 영농기술 습득,농지구입, 농업경영계획수립 등의 계획을 세워야하고,

귀촌을 선택했다면, 구직 또는 창업계획 등의 계획을 세워야 한다.

삶의 터전을 옮겨 인생2막을 시작하는 만큼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장기간의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법인데 난 너무나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내려왔었던 것 같다.

 

나의 계획은 이러했다.

1. 300~400평의 토지를 구입한다.

2. 주택과 곤충축사를 짓는다.

 

정말 너무나도 간단한(?) 계획.

문제는 이 계획에 대한 세부계획은 전혀 없었다는 거다.

토지는 어느 지역에 어느 정도 가격에서 구입할지, 토지구매 대금은 어떤 식으로 마련할지

생각해 보지 않았다. 나는 우선 내려가서 고민해보자고 했던 것 같다.

나는 1년간 이곳 저곳 돌아다니며 시장조사를 한후 천천히 토지를 매입하자고 했고,

아내는 일단 아무 곳이라도 땅을 사자고 했다.

아내 말만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나온다는 말이 있던데, 왜 그때 아내말을 듣지 않았는지 후회가 막심하다. 우리가 처음 집을 얻었던 애월지역을 예로들면 2013년 당시 평당 30만원정도면 괜찮은 땅을 구입할 수 있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2017년)은 평당 150만원으로도 괜찮은 땅을 구하기가 힘들다.

 

귀농귀촌에 실패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육지의 주택을 처분하지 않는 선에서 토지구매자금을 마련해 보려고 했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귀농귀촌 교육을 이수하고 귀농귀촌 정책지원자금을 활용해 보자는 것이었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면 자기자본이 아닌 정책지원자금을 활용하여 정착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기본 자산을 어느 정도 보유한 사람들만이 받을 수 있는 것이 정책지원자금이다.

개인적으로  3억정도의 이주자금을 준비해야만 정책지원자금을 활용 안정적으로 귀농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았다고 생각한다.

처음 교육을 받을 당시에는 나도 정책지원자금을 활용할 방도를 고민했었다.

토지는 내 자본으로 구입하고 축사신축이나 농기계구입은 지원을 받아볼 요량이었다.

 

 

 

난 흰점박이꽃무지의 유충(굼벵이)을 사육하기로 결정하고 제주도로 내려오기 전부터

공간박스를 이용 2번의 수확에 성공했었기 때문에 나름 자신감도 있었다.

제주도로 내려올때도 내가 두번째 수확한 꽃무지들을 12마리 가지고 내려왔다.

토지를 매입하고 축사를 지을 정도가 되면 꽃무지의 숫자는 성충기준으로 400마리 정도쯤으로 늘어날 것이고 1번의 누대작업을 더 거치면 16,000마리정도의 성충을 얻을 수가 있으니 2015년 부터는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3년만 고생하면 나도 농민으로서 당당하게 자리를 잡아갈 거란 상상을 하며 귀농귀촌교육을 받았다. 3개월동안 100시간의 교육이수를 마쳤다.

 

귀농귀촌교육이 끝나고 나니까 뭐랄까 실직한 느낌이랄까 뭐 그런 느낌이 들었다.

매일 뭔가를 하다가 안하게 되니까 이제 뭐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참 당황스러웠다.

그때 바로 토지를 샀었더라면, 그리고 축사를 지었더라면, 난 지금 굼벵이 박사가 되어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생은 참 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