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생활

아들과 함께한 무모한 한라산 단풍구경

토마 2013. 11. 3. 23:12

11월2일(어제)은 아들의 진짜 생일입니다.

2주전에 돌잔치를 했지만, 진짜 생일인 만큼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돌기념 한라산 등반을 하기로 했습니다.

정여사의 강력한 반대로 성판악코스는 포기하고 비교적 쉬운 어리목코스로 오르기로 했습니다.

물론 아기는 제가 메는 조건이었습니다. ^^

아들의 호연지기를 키우기위한 무모한 산행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자주가는 김밥집에 들러 김밥을 구입하고 어리목으로 향했습니다.

단풍구경을 온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아들을 내가 메고 간다는 조건으로 온 산행인 만큼 시작은 제가 아들을 멨습니다.

 

 

반면 아내는 아주 가벼운 차림으로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앞으로는 아들을 뒤로는 가방을 멘 제가 안스러웠는지 아내가 가방을 들어주겠다고 해서 얼른 주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가방이 무거웠던 모양입니다. 무거운 가방보다는 아들을 탐내는것 같았습니다. ^.^

그래서 제가 가방을 내가 메겠다고했더니 아내가 흔쾌히 동의하더군요. 하하하하하하하

 

 

 

가벼운(?) 아들을 멘 정여사의 밝은미소.....그리고 등에 매달린 상추 ^^

 

 

라면집(?)이 얼마나 남았냐고 계속물어보면서 힘겹게 산을 오르는 정여사의 뒷모습이 짠합니다.

윗세오름 대피소에 도착하니 라면을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이 많습니다.

혹시라도 라면이 다 떨어졌다는 소식이 들릴까봐 마음이 조마조마 했습니다.

만약에 라면을 구입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면 전 정여사에게 한대 맞았을지도 모릅니다.

 

 

30여분을 기다린 끝에 구입한 라면 ..맛이 좋습니다. 캬~~

식사를 끝내고 인증샷 한컷 찍어봅니다.

 

 

 

오늘 등반객중에는 상추가 최연소인것 같습니다. 나중에 상추가 조금 더 크면 이 사진을 보여주고 생색좀 내야겠습니다.

성공적으로 윗세오름에 오르긴 했지만 하산이 문제였습니다.

산에 오르는것보다 내려가는것이 더 어려운 나이가 된것입니다.

임신때부터  좋지않았던 정여사의 무릎에 무리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가다가 쉬고 가다가 쉬고....

오르는 시간보다 내려가는 시간이 더 길게만 느껴졌습니다.

 

 

무릎이 너무 아파서 더 이상은 못가겠다며 벌렁 누워버린 정여사와 아무것도 모르고 잠들어버린 아들...

날은 어두워지고 빨리 하산은 해야하는데 아픈 무릎때문에 발이 묶이니 참으로 난감했습니다. 

그때 한줄기 빛처럼 구원의 손길이 찾아왔습니다. 

한라산의 숲을길 헤치고 나타난 모.노.레.일..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근무하시는 분이 무릎이 아파 못내려가는 정여사를 태워주셨습니다.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마웠습니다.

 

 

다시 환하게 밝아지는 정여사의 얼굴을 보며 저도 모노레일과 속도를 맞춰서 하산했습니다.

 

 

아들생일인데 아들은 맛있는것을 못먹고 저희만 맛난 저녁을 먹고 집으로 왔습니다.

돌아오는길에 마트에 들러서 미역과 소고기를 사서 미역국을 끓이고 케익으로 생일을 축하해 주었습니다.

 

 

 

 

힘든 산행을 해서 그런지 10년은 늙어보이는것 같습니다 ㅜ.ㅜ